책책 2023.04

“쌀,자연의풍미를입히는유쾌한 캔버스입니다”

식물성 다이닝 바 천년식향은 팜 투 테이블(farm-to- table)을 실현하는 만큼,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 식재료가 모든 음식의바탕이된다. 다른 비건 식당,혹은 파인다이닝과의 차별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채소 발효(plant-based fermentation) 바’인 동시에 과일, 쌀발효의 내추럴와인을 음식과 페어링 해 즐길수있다 는점. 둘째는 다양한맛과 향,감각적인 플레이팅을 통해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비건을 표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가끔 고기 를 먹지 않는’ 비채식인을 타깃 고객으로 생각하며 ‘한 끼라도 고기를 덜먹는’식문화를 만들어 육류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것 이다(단, 앞세워 드러내지 않지만 비건이 아니라는 의미와는 다르다). 게다가 장류, 각종 피클과 절임을 직접 만들고 밀레니얼 세대가 흥미를 지닌 ‘채소 발효‘라는 미식 트렌드를 반영해, 비건의 완벽성과 채식은 금욕적인 것이라는 일반인의 착각을 동시에 깨는 음식을 선보인다.

한국형 발효 역사를 재해석해가는 셰프에게 토종 쌀로 만든 요리를 제 안했다. 쌀종류는흑갱으로,검고 긴 까락이 특징인 찰벼 종류다. 그는 ‘빛나고 아름다운’, ‘비밀스럽고 관능적인’ 모습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메뉴를 통해 순 식물성 음식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맛의 스펙트럼을 설명한다.

“비건 요리는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쌀과 발효 채소를 매칭한 샐러드는 한눈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쌀리조토는 숯향을 입힌 대체육과함께 블랙&레드라는 자극적인 색감을 지녔어요. 우리는 보통 이 둘을 보고 맛보면서 간극이 큰, 또는 양분되는 음식으로 받아들여요. 그런데 저는 이들 음식이 마치 스펙트럼을 이루듯 무한히 다양하면서 입체적 연결성을 지녔고, 그 때문에 단면적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사람들은 이미 색감에서 그린&화이트컬러로 표현되는 쌀요리를 올바른(?)비건 으로 받아들여요. 리조토는 검은색이 왠지 건강하지 않을 느낌을 주는 데다가, 식물성 대체육임에도 고기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요. 그런데 흥미로운점은 막상맛을 보고 나면 대부분‘고기맛’을 곁들인 블랙리조토를 더 좋아해요. 두가지 음식을 먹는 동안 이런 편견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반문해본다면 비건 문제에 있어 ‘옳고, 옳지않음’이라는 통념을 깰 수 있지 않을까요. 상식적인 그린을 넘어 열정과 욕망의 레드, 칠흙같은 블랙의 색감적 다양성과 맛의 다양성이 존 재함을 깨닫게 되면 채식하는 생활이 더욱 편하고 즐거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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