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KOREA
나의 식탁을 응시하는 법
채식을 향한 솔직한 욕망부터 지구를 구할 식재료까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을 또렷이 응시해 온 사람들의 요즘 생각 리포트.
‘우울할 때는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클리셰처럼 들린다. 우리는 언제부터 고기가 영혼을 위로한다고 믿게 됐을까? 비건 파인 다이닝 ‘천년식향’ 오너 셰프이자 책 〈채식하는 이유〉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의 공동 저자 안백린은 한국의 채식생활 저변에 뒤엉킨 생각에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는 소금 친 음식이 건강에 나쁜 걸 알지만 짭조름한 양념이 듬뿍 묻은 김치는 건강한 음식이라고 해요. 저염에 대한 숭배와 소금에 대한 혐오가 뒤섞여 있죠. 한편 고기에 대해서는 꽤 느슨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육식을 하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해요.” 안백린은 육식을 선택하는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육식의 풍미를 좋아하는 건지, 고기를 먹었을 때 대접받는 느낌을 즐기는 건지,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이 좋은 건지 말이다. “저도 고기를 좋아했어요. 제가 채식을 지향하는 이유는 동물권과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때문인데, 육류의 풍미를 느끼고 싶은 욕망은 억누른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안백린은 채식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욕망과 직면했고 발효에서 답을 찾았다. 자신의 레스토랑 천년식향을 ‘발효 바’라고 부르며 발효 음식에 집중한 이유는 분명하다. 발효가 채소의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육류를 먹으면서 느꼈던 미각적 만족감은 버섯을 발효했을 때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한우를 먹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을 내는 구아닐산이나트륨(GMP)은 버섯을 발효해도 똑같이 발생한다. 만약 채식을 결심한 후 이를 지속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은 적 있다면, 음식을 향한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속이 편안해서 채식을 하는지, 동물을 위해서인지, 내가 멋져 보여서 채식을 하는지 가만히 떠올려보자. 어떤 점을 드러내고, 또 감추고 싶은가?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직면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안백린은 나의 한 끼를 선택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야 지속 가능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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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Editor by 김초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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