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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엄마와 요리사 딸이 차린 식탁… 유쾌발랄 채식입니다!”
비건? 무엇보다, 맛있으니까!
천년식향의 대표 메뉴는 둘이다. 식물성 고기와 채소를 다진 양념들을 넣어 떡갈비 모양으로 빚고, 식물성 버터와 마라 소스, 눅진하게 끓인 채수와 함께 내는 ‘플레저 앤 데인저(Pleasure and Danger)’, 불맛 나게 구운 당근과 퓌레, 갈릭 사워도우가 곁들여 나오는 ‘베러 댄 섹스(Better than Sex)’다. 여기에 변혜정이 직접 들여온 발효향 쿰쿰한 내추럴 와인이 곁들여진다.
지난 15일 뉴욕타임스(NYT)가 꼽은 ‘서울 여행 시 추천하는 식당’에 천년식향이 올랐다. NYT는 “한식 하면 흔히 구운 고기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 틈을 비집고 나온 채식 식당”이라며 “대표 메뉴인 ‘베러 댄 섹스’는 대담한 이름에 걸맞은 맛”이라고 평했다.
-NYT도 인정한 식당이 됐다. 비건 셰프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백린(이하 안): “다양한 재료로 감칠맛을 내려 한다. 자연이 입안에서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다. 우선 블랙 솔트, 효모 소금, 흑마늘 소금, 사해 소금 등으로 맛과 풍미를 낸다. 사해 소금은 삶은 달걀과 같은 향이 난다. 수박으로 만든 요리 ‘세비체(ceviche)’를 낼 때는 로즈마리 등 다섯 가지 허브의 잎사귀가 20g 정도 들어간다. 비건 버터나, 치즈, 발효 소스, 생면 같은 경우도 수제 순식물성으로 만든다. 접시에 낼 때도 생명력을 구현하고 싶어, 농장에서 직송된 식용 꽃과 각종 허브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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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천년식향을 꼽을 만큼 인정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변혜정(이하 변): “맛있으니까! 우리 셰프가 요리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웃음). 뉴욕타임스에 실리기 전에도 외국인 손님들도 자주 왔다.”
-두 사람이 ‘천년식향’을 통해 실현하려는 가치는 뭔가.
변: “채식은 기후위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위험성만 강조하고, 환경운동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면 역효과가 난다. 공부하기 싫은데 윽박지르면 더 하기 싫어지는 것처럼(웃음). 채식이 즐거운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 비장한 채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유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채식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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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처음에 비건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지독한 ‘육식주의자’인 오빠에게 비건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어서였다. 채식하지 않는 분들이 천년식향에 더 들렀으면 좋겠다. 고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한 끼라도 맛있는 채식을 경험한다면 고기를 덜 먹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