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Korea (2023. 06.16)

금요일 오후 4시의 해피 아워

한가로운 낮 시간을 만끽하는 우리도, 꿀 같은 브레이크 타임을 맞이한 셰프들도,
모두 설레는 오후 4시의 해피 아워.

당신의 요리를 ‘채소를 관능적으로 표현해낸 식탁’이라 소개하곤 한다. ‘비건 다이닝’이라는 표현을 지양한다. ‘동물성 다이닝’ 혹은 ‘잡식주의 다이닝’이라는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비건 다이닝’이라고 하면 건강하고 담백하고 심심한 맛을 떠올리게 되는데 적어도 내 요리는 그렇지 않다. 반항적인 성격 때문인지 비건이지만 비건을 강조하기 싫고, 건강하지만 건강한 맛이 아닌 요리도 맛보게 하고 싶다.

고기를 멀리하기 시작한 이유는? 고기를 먹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기 맛이 제값을 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양고기는 보통 와인 바에서 6만원대에 판매되고, 채소 요리는 1만~2만원대다. 그러면 양고기가 채소 요리보다 여섯 배 맛있어야 되는데 과연 그럴까? 동물성은 재료가 비싸다 보니 항상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데 이는 맛이 다양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고기를 식재료로 쓰는 대신 온갖 채소로 만든 독특한 에센스나 가루로 새로운 맛을 만들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채소 요리는? 다양한 버섯을 활용해 감칠맛 표현하기를 즐긴다. 버섯 맛은 정말 풍부하지만 가볍고 싱그럽다. 소금도 블랙 솔트, 효모 소금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해 다채로운 풍미를 내려 한다. 이 외에도 칡가루를 저온에서 저어서 만든 모차렐라 치즈, 며칠간 저온 로스팅해 꾸덕꾸덕한 엑기스로 만든 토마토, 콩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다섯 번 넘게 불리고 찌는 과정을 거친 콩고기 스테이크 등 재료에도 엄청난 공을 들인다.

해피 아워에 즐기고 싶은 요리는? 마라탕에 들어가는 푸주(건두부)를 국내에서도 만든다. 간편한 요리가 제격인 해피 아워에는 국내산 푸주와 대파를 번갈아 낀 꼬치를 닭갈비 소스에 발라 구워 먹고 싶다.

여기에 곁들이고 싶은 술은? 포르투갈의 내추럴 와이너리 비뉴스 아파르트(Vinhos Aparte)에서 생산하는 앰버 와인의 플로럴한 맛이 푸주 꼬치와 잘 어울린다. 손으로 직접 수확한 포도를 씨를 제거한 후 햇빛에 말리는 자연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이 술은 오렌지빛이 감도는 강한 플로럴 향이 특징이다. 도발적인 포르투갈의 아티스트 카라 트랑카다(Cara Trancada)가 디자인한 라벨도 매력적이다.

다양한 채소 요리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핀터레스트를 많이 활용하고 새로운 맛과 재료를 탐방하기 위해 푸드 페스타나 팝업 레스토랑, 마르셰 같은 곳도 자주 드나든다. 인기 있는 다이닝의 시그니처 요리를 맛본 다음 그걸 채소 요리로 바꿔볼 생각도 종종 한다. 그렇게 개발한 흥미로운 요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려면 결국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여야겠지만 말이다.

오래오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내 주식은 두유다. 요리하고, 먹고, 치우고, 배불리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 알찬 삶을 살고 있다. 채식 강의와 연구도 하고, 틈틈이 정신분석을 공부하거나 독서 모임에도 참여한다. 많이 안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은 슬프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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